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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쳐버린 여름의 일상적인 행복 찾기, 배우 한선화

잡힐 듯 선명하지만, 언저리만 맴돌 뿐이다. 바캉스, 여행, 페스티벌 등으로 눈부셨을 여름. 뜨거운 온도는 그대로지만 고요함으로 자욱하다. 길어진 밤공기를 와락 끌어안고 즐기던 한강 치맥마저 흐릿하다. 지극히 일상적이어서 아름다웠던 여름날의 단상. 배우 한선화와 함께 떠올려본다.

먼저 <편의점 샛별이>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들어볼 수 있나?

<구해줘 2> 이후 올해로선 첫 드라마다. 마침 기회가 돼 오디션을 봤는데 다행히도 결과가 좋았다. 재미있는 건 1년 전쯤 <편의점 샛별이> 대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땐 일정이 미뤄져 아쉽게도 오디션을 보지 못했다. 한데 시간이 돌고 돌아 우연찮게 대본을 다시 받아보게 됐고,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결국 이 작품으로 여러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편의점 샛별이>와의 인연이 꽤나 끈끈하다. 운명 같은 작품이자, 굉장히 고마운 작품이기도 하고.

그간 활동을 볼 때, ‘한선화’는 늘 도전하는 모습이 남달라 다음이 기다려지는 배우다. <편의점 샛별이>에서 맡은 ‘유연주’ 역시 어떻게 발전해 갈지 궁금하다.

‘유연주’는 주인공 남녀 둘 사이에서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 구조를 만드는 인물이다. 대개 이러한 경우 이 둘의 해피엔딩을 따라가는 걸 극의 주요 서사로 삼는데, 유연주 캐릭터가 매력적인 점은 매 신에서 그녀만의 감정선이 또렷하게 보이는 부분이 계속해서 등장한다는 거다. 시청자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줄 모습도 끊임없이 나타난다. 이러한 요소들로 ‘아, 다채롭게 연기하고 이것저것 보여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해, 더욱 애정을 갖고 역할에 임하게 됐다. 물론 궁극적으로 연주는 외롭게 남겠지만, 그녀만의 진정성을 디테일하게 살리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고 연구할 거다. 또 연주는 선과 악으로 단순하게 구분 지을 수 없는 캐릭터인 만큼, 감정의 굴곡이 많아 그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려 최선을 다해 ‘연주’로 사는 것에 몰입하고 있다.

‘유연주’를 통해 하나둘 쌓아가는 연기 경력에 남기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감정선이 깊은 역할이다 보니 굉장히 우울한 모습으로만 비칠 수 있는데, 이러한 가운데서도 즐거운 모습을 드러내며 내면의 다양한 컬러를 최대한 끌어내고 싶다. 어떠한 역할을 맡든지 평면적이기보단 입체적인 인물로 캐릭터를 완성해 가는 게 내 목표이자 바람이다.

실제 성격과 ‘유연주’가 많이 닮은 편인가?

극 중 연주는 자신의 감정에 매우 솔직하고 스스로에게 당당한 편인데, 그런 부분에서 특히 공감하며 나와의 접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간 출연한 작품 속 인물 중 본인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가 있다면?

어떤 캐릭터가 나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할 순 없다. 그저 매 작품에서 어떠한 인물을 연기하든 나와 비슷한 점을 하나씩 찾아가려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배역 속으로 나를, 내 안으로 배역을 동화시켜주는 것 같다. 예를 들어 1년 전 <구해줘 2>에서 ‘고마담’으로 분했을 땐, 남자 주인공에 대한 그녀의 순애보적 사랑과 인간적인 의리가 내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겨 어투 하나까지 주의를 기울였다. 또 쾌활하면서도 당찬 면모 역시 닮은 것 같아 눈짓 하나도 나로서, 그녀로서 찡긋거렸다. <신의 선물 14일>에선 감정에 솔직하고 의리 있는 제니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해 더 다부진 마음으로 캐릭터에 다가갈 수 있었다. 특히 자기 주관이 확실한 캐릭터의 면모가 극 중에서 나에게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다.

시청률에도 신경을 쓰는 편인가? <편의점 샛별이> 시청률 목표도 알고 싶다.

시청률은 물리적인 수치로만 보여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 다만, 우리 드라마를 얼마나 봐주실지 궁금해 극 초반엔 한 번씩 알아보곤 한다. 많은 분이 봐주시면 정말 좋겠지만 시청률에 일희일비하진 않는다. 대신 ‘<편의점 샛별이>를 어떻게 봐주실까’ 하는 설렘과 기대감은 있다. 두근두근 성적표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드라마 촬영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들쭉날쭉한 스케줄 가운데 체력과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진짜’ 솔직하게 말하자면 별 게 없다. 하하하! 한데 요즘 나이 탓인지 체력이 달리는 걸 느껴 비타민과 건강보조식품은 꼭 챙긴다. 또 눈뜨자마자 먹는 첫 음식은 가공식품이 아닌 자연식품을 고르고, 일일 아침 사과를 먹는 습관도 들이고 있다. 사실 드라마 촬영 스케줄 때문에 운동이나 몸매 관리는 규칙적으로 하진 못하는데, 틈날 때마다 아침 공복에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주로 피트니스 센터에서 러닝머신을 타는 편. <편의점 샛별이>에서도 러닝머신을 타는 모습이 자주 나올 것 같다.

배우로서 첫 데뷔작을 자평한다면?

연기의 ‘연’ 자도 모르던 시절로 기억한다. 데뷔작이 <광고 천재 이태백>인데, 배우로 나서서 활동하기 전 아이돌 때 한 첫 작품이다. 그 이후로도 꽤 다작을 했는데, 여러 선배님께 부끄럽지만 그저 마냥 밝고 발랄하게 연기했던 것 같다.

연기 면에서 터닝포인트로 다가온 작품이 있었나?

‘나 이런 역할도 할 수 있구나!’ ‘나도 이런 역할을 해보고 싶었구나!” 하고 느낀 건 <신의 선물 14일>의 제니. 드라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인물은 아니고 감초 역할이었는데,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거칠지만 순정이 있고 털털하지만 섹시한 인물. 색깔이 뚜렷했고 주인공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주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계속 기억에 남아 있다. 감히 말하자면 그때부터 ‘진짜’ 연기를 알게 된 것 같다.

배역에 몰입하고자, 나만이 들인 남다른 노력이 있다면?

2014년 <장밋빛 연인들>에서 백장미 역을 맡았을 때 당시 나이가 24살이었는데, 어린 나이에 경험해 보지 못한 출산과 산후우울증까지 연기해야 했다. 그 감정을 조금이나마 더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산후우울증에 대해 끊임없이 조사했고, 정신과 상담 사례까지 살펴봤다. 또 여러 산부인과를 돌아다니며 병원 주변에서 산모들을 지켜보기도 했다. 한편 장미의 심경과 외적인 환경 변화 후 옥탑방에서 촬영이 진행됐는데, 공간이 주는 무드와 거기서 비롯된 감정선을 알고 싶어 촬영 장소인 옥탑방에 촬영이 없는 날 찾아가 최대한 장소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이번 <편의점 샛별이>에선 연주를 따라가기 위해 대본을 수차례 반복해 보는 편인데, 이렇게 읽고 또 읽다 보면 하나둘 얻는 게 생기는 것 같다. 커리어 우먼 역할이다 보니 대현과의 감정 신이나 일하는 모습 등에서 프로페셔널한 인상을 줘야 할 뿐 아니라, 말도 당당하고 똑똑하게 해야 할 것 같아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 여성 캐릭터가 출연한 영화를 모두 찾아보며 여러 차례 같은 장면을 리플레이해 가면서 참고하고 또 연습하고 있다. 또 거기서 그들이 어떤 화법과 어투, 제스처를 쓰고, 딕션은 어떠한지 등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배우로서 작품 활동을 이어간 후 드라마 외엔 TV에서 자주 보지 못한 것 같다. 일부러 예능 프로그램에 나서길 자제하는 건가?

감사하게도 작품을 연이어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예능에 출연할 수 있는 여유가 부족했던 것 같다. 또 드라마를 찍고 있는데 예능에 출연하면, 드라마 팬들의 감정을 흐트러뜨릴 것 같아 자제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현재는 <편의점 샛별이> 유연주 역에 더 집중할 거고, 이후 기회가 되면 어떤 캐릭터가 아니라 제 모습 그대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찾아뵙고 싶다.

혹시 배우로서 한 번쯤 연기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영화 <연애의 온도> 여자 주인공 ‘장영’처럼 지극히 일상적인 연애의 감정과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를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그 외에도 상당히 많은데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 여성이나 허당기 다분한 말괄량이, 지나치리만치 순수하고 밝은 모습을 가진 역할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최종적으로 어떤 배우로 시청자나 관객에게, 또 스스로에게 남고 싶은가?

그런 걸 정해 놓으면 오히려 내 생각 안에 갇힐 것 같다. 자연스럽게 매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예측할 수 없이 다채로운 내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봐주시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주시리라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이제 분위기를 살짝 바꿔보자. 얼마 전 SNS를 보니 캠핑을 다녀온 것 같더라.

예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던 터라 최근 지인들 사이에 껴서 다녀왔다. 확실히 어디로든 여행 가기 힘든 상황이지 않나…. 원래 산을 좋아하고 등산도 즐기는 편인데, 온통 자연인 공간에서 음식을 해 먹고 즐겁게 노는 여유를 부리다 보니 진짜 좋더라.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하더라. 진정한 쉼이라고나 할까. ‘이래서 자연이 좋구나!’ 하고 감탄했다. 특히 여름의 초록초록한 풍경이 눈부시게 예쁘더라.

초보 캠퍼로서 캠핑의 낭만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캠퍼까진 아니다. 이제 겨우 남들 따라다니기 시작했을 정도. ‘캠퍼’라는 말 자체가 무색하다. 하지만 자연 속에 머물길 좋아하고 그 매력에 푹 빠져든 만큼 시간이 허락하는 한 캠핑을 꾸준히 다니고 싶다.

오늘 촬영한 화보 주제가 ‘잊지 못할 지난여름의 일상적인 기억들’이었다. 사계절 중 여름을 가장 선호하는 편인가?

추위에 매우 약한 편이라 ‘무조건’ 따뜻한 계절이 최고! 그중 여름과 가을을 좋아한다.

여름이 오면, 가장 즐기고 꿈꾸던 일은 뭐였나?

옷을 후루룩 가볍게 입을 수 있는 것! 털털한 성격이라 무엇이든 많이 걸치는 걸 싫어한다. 여름날 늦은 오후나 저녁, 날아다닐 듯 새털 같은 기분이 느껴지는 그 순간이 좋다.

가장 좋아하는 여름의 이미지를 묘사해 본다면?

여름밤 한강에서 ‘치맥’ 하기! 물론 치맥은 집에서도 좋더라. 또 생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일! 여름에 살짝 땀 흘린 후 마시는 차가운 맥주가 제일 맛있는 것 같더라. 맥주는 에일이든 밀맥주든 다 좋아하는데, 청량감 넘치는 라거를 최고로 좋아한다. 남들은 여름이면 바다나 강 등 물을 많이 떠올리던데, 난 물을 너무 무서워해 수영이나 서핑, 웨이크보드 등 워터 스포츠는 감히 꿈꿔본 적도 없다. 하지만 햇볕이 쨍쨍한 카페 테라스에 앉아 막연히 해변을 바라보거나, 모래사장에 누워 한없이 너른 바다를 지켜보는 건 그대로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가벼운 나들이도, 소소한 행복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가장 되찾고 싶은 소중한 일상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여행이 아닐까. 드라마가 끝나면 짤막하게라도 가까운 곳으로 ‘꼭’ 여행을 떠났다. 멀지 않은 해외로 가거나 국내에선 제주도를 자주 갔는데…. 여러모로 아쉽다. 곧 자유로이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드라마 촬영 외에 요즘 가장 몰두 중인 일은?

멀티가 잘 안되는 편이라 요즘은 촬영에만 오로지 몰두하고 있다. 사실 작품에 들어갈 땐 사적인 일보단 가능한 한 드라마 일정에 전부 맞춘다. 물론 쉬는 날이 생길 때면 등산은 가끔 간다. 주로 친구들이랑 청계산에 가볍게 다녀오는데, 탁 트인 공간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 일종의 숨구멍이 트이는 것 같다.

역시 필라테스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몸매나 건강 관리를 위해 필라테스를 배워본 적 있나?

물론 배워본 적 있다. 드라마 역할 때문에 처음 시작했다 확실히 운동 효과가 좋길래 계속 배우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스케줄이 일정치 않아 시간을 정해 두고 레슨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현재도 하다가 쉬다가 하고 있다. 등산을 같이 다니는 친구가 필라테스 강사라서 늘 다시 배우길 추천하는데, 일정이 조금 여유로워지면 계속 배워볼 생각이다.

가장 와닿게 느껴진 필라테스의 장점이라면?

몸의 밸런스를 잘 잡아주고, 유연성도 키워주는 등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더라. 무리하게 힘을 써서 하는 운동이 아니라 서서히 내 몸에 집중할 수 있어 정신수양까지 되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에서도 만나보고 싶다. 포부나 계획을 들려달라.

<편의점 샛별이>가 8월 둘째 주까지 방영될 예정이라, 당장 계획된 작품은 없고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 사실 작년 겨울, 아직 개봉하지 않은 독립영화 두 편을 찍었다. 하나는 <영화의 거리>란 작품. 과거의 연인을 같은 업계에서 다시 만나 겪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담은 이야기로, 촬영 내내 매우 흥미로웠다. 또 한 편은 <창밖의 겨울>. 전혀 다른 삶을 살던 두 남녀가 만나 서로에게 소소하게 공감하면서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영화다. 8월에 열릴 영화제 출품 예정작으로 원래 독립영화에 관심도 많았고 좋아해서 찾아보던 편이라, 오디션 기회가 왔을 때 무척 반가웠다. 독립영화가 갖는 특유의 신선한 느낌, 작가주의적 접근 방식도 좋았지만 두 작품의 대본도, 캐릭터도 맘에 쏘옥 들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고 좋은 작품이면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내가 할 수 있는 한 여러 작품에 참여해 보고 싶다.

TV 드라마나 영화를 통틀어 최근에 본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인간수업>! 주변에서 작품성이나 배우 분들의 연기가 워낙 뛰어나다고 해 봤는데 정말 좋더라. 또 배우가 연기하는 감정을 잘 보여주는 톤과 카메라 앵글 등 신 하나하나에서 디테일이 보여 매우 인상 깊었다. 여러 면에서 감정선이 또렷이 드러나 메시지 전달이 잘되는 듯한 느낌…. 또 좋아하는 영화 중에 <더 테이블>이라고 있는데, 극의 자연스러운 무드가 맘에 들어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다시 보는 영화 중 하나다.

올 초에 계획을 세웠으나,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에 대해 한마디!

1월부터 굉장히 바쁘고 고민이 많았다. 드라마도 시작하고, 새로운 조력자도 만나고…. 바쁜 일정 탓에 2020년의 목표를 제대로 세우진 못했지만,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채워가다 보면 ‘내년엔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현재는 <편의점 샛별이>를 잘 마무리하는 게 목표고, 독립영화 두 편이 개봉 후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 또 코로나19 이슈가 있지만,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선에서 우리 <필라테스S> 독자 분들도 청량한 여름을 맞았으면 좋겠고, ‘건강이 최고’란 생각으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