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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O MUSCLE

블록버스터 영화배우이자 모두에게 인정받는 동료, 당당한 아빠이자 다재다능한 만능 재주꾼 크리스 프랫은 어쩌다 SNS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을까? 그럼에도 끄떡없이 강인한 정신으로 무장한 채 크리스 프랫은 자신만의 히어로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쾌활한 슈퍼히어로, 크리스 프랫

미국 애틀랜타 외곽에 위치한 어느 체육관에서 크리스 프랫을 만났다. 크리스 프랫은 이곳에서 작년 10월부터 전 세계 박스 오피스에서 16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부작의 시리즈 마지막 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을 촬영 중이다. 그는 지난 7월 6일에 개봉한 영화 〈토르 : 러브 앤 썬더〉에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기도 했다. 인터뷰를 위해 그를 찾았을 때 그는 바에 매달려 풀업 100회에 도전하고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매 순간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많이 노력해요”라고 말했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만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없지요.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제대로 느끼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온전히 현재에 집중합니다. 지금 이렇게 등 근육에 집중해 풀업하는 것처럼요.” 운동 중 세트와 세트 사이 휴식 시간에 그가 피식 웃으면서 가끔 감성적일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애틀 시호크스 미식축구팀의 쿼터백 선수인 러셀 윌슨Russell Wilson이 덴버로 이적했더라고요. 그 선수는 10년 동안 시애틀 소속이었는데 말이지요.” 그는 갑작스럽게 먹먹한 기분이 든 듯했다고 이야기했다. “그 소식을 들으면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지?’ 하고 생각했어요. 마치 지난 10년간의 감정이 끝맺는 것 같았죠. 정말 당황스러운 슬픔이었어요. 내가 좋아하던 쿼터백 선수가 떠난다는 사실이 저를 우울하게 했어요.”
지금은 여러 면에서 그의 터닝 포인트이다. 그를 불세출의 흥행 배우 반열에 오르게 만든 〈쥬라기 월드〉 3부작도 올여름 〈쥬라기 월드 : 도미니언〉으로 끝났다. 미국의 유명 배우에서 세계적인 배우로 만든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완결편도 어느새 촬영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러셀 윌슨이 10년간 몸담은 팀에게 이별을 고한 것처럼 그도 두 편의 영화 시리즈와 이별을 앞두고 있다.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배우

크리스 프랫과 그의 아내 캐서린 슈워제네거는 최근 둘째 딸 엘로이즈를 낳았다. 첫째 딸은 2020년에 태어난 라일라이다. 그리고 프랫은 전 부인 안나 패리스 사이에 난 아들 잭을 두고 있다. 배우로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성공했고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들은 약 100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입을 올렸다. 눈부실 만한 성과와 함께 일했던 모든 이들로부터 성격 좋기로 인정받는 동료이기도 하다. 그와 함께 작업한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은 하나같이 그를 최고의 분위기 메이커라고 손꼽는 데다 동료 배우 조 샐다나, 스티븐 콜베어, 제니퍼 로렌스, 톰 홀랜드 역시 많은 인터뷰에서 그의 인성을 칭찬했다.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종영한 지 7년이 지난 드라마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Parks and Recreation〉 단톡방 메시지 알람으로 그의 스마트폰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나를 흔든 악플

쾌활하고 긍정적이며 톱스타답지 않은 털털함과 소박함을 지닌 크리스 프랫에게도 가장 큰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다. 바로 악플이다. 크리스 프랫은 그를 잘 모르고 트위터 등 인터넷 일부 공간에서 작성되는 악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불평하고 싶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저는 이미 많은 축복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제 삶의 모든 것들을 진정한 축복이라고 생각해요”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최근 러닝을 하던 중 문득 “왜 나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거지?” 하는 기분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감독 제임스 건James Gunn은 크리스 프랫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크리스 프랫은 사람들에게 엄청 친절하게 대합니다. 특히 그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집에서는 가정적인 아빠이지요. 사람들이 그에 대해 지어낸 이야기들이 많아요. 그의 정치색과 정체성,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평가까지도요.” 그와 함께 두 편의 〈쥬라기 월드〉 영화를 함께 했던 감독 콜린 트레보로우Colin Trevorrow는 덧붙였다. “사람들이 왜 크리스 프랫을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나는 아마도 크리스 프랫이 영화와 운동에서 성공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그에게 시기 어린 질투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데뷔 초기 때부터 구축해온 친근하고 소탈한 이미지가 독이 된 것이다. 예를 들면 어린 시절 나보다 조금 못나고 우스꽝스러웠던 친구가 어느 날 시간이 흘러 잘생기고 몸이 좋은 ‘훈남’으로 나타난다면 칭찬과 함께 부러움이 섞인 질투라는 감정이 생기니까. 실제로 NBC 드라마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에서 닉 오퍼맨을 웃기기 위해 신선한 립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을 선사하던 앤디 드와이어가 멋진 모습으로 지구와 우주를 구하는 어벤저스로 나타났으니 말이다.
크리스 프랫은 영화 〈머니볼〉에서 메이저리그 1루수 역할을 맡기 위해 열심히 운동했다. 이것이 아마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몸을 만드는 도전이었을 것이다. 단단한 복근과 우람한 팔 근육을 갖추기 위해 근력 운동을 매일 했다. 우스꽝스럽고 친근한 이미지였던 그에게 이미지를 변신할 수 있는 최고의 도전이었다. 2011년에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당신은 몇 번째인가요?〉에서 역겨운 도널드 역을 사랑했던 팬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궁금하기 시작했다. 마치 가수 아델이 살을 빼고 나타나자 당황했을 일부 여자들의 감정처럼 말이다.

있는 그대로 착실한 사람

크리스 프랫은 세트 마지막에 다리를 잡아주어 내가 풀업을 완벽하게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는 그의 지시에 따라 모든 운동을 꽤 빨리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체육관 주변의 숲을 지나 샌드위치 가게로 가는 길을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 해외에서 영화 〈쥬라기 월드 : 도미니언〉을 촬영하고 임신한 아내를 영상 통화를 통해 돌볼 때 어땠는지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그의 짤, 연기에 관한 생각 등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몇 년 전, 그는 MTV 무비&TV 어워즈에서 제너레이션 어워드 수상자로 연설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주최 측으로부터 대중에게 영감을 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는 트로피 옆에 서서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은 살아 계십니다. 하느님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느님은 당신에게 최고의 것을 주시길 원합니다.” 그리고 “멍청이가 되지 마세요! 삶을 지혜롭게 보내세요!”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하느님에 대해 언급한 부분만 기억했다. “아마도 자만심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당시 무대에서 연설할 때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는 사람들이 왜 자신의 연설을 싫어했는지 이해했다. “종교는 오랫동안 억압적이었어요. 제가 종교인이 아닌데도, 종교라는 프레임에 갇힐 줄은 몰랐어요. 저는 종교적인 것, 사람이 만든 관습을 지키고, 신이라고 믿는 대상에 경외를 표하는 것과 통제를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것, 즉 사람들에게 종교라는 이유로 돈을 취하고 아이들을 학대하며 땅을 훔치고 증오를 정당화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크리스 프랫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공개적으로 논쟁이 되는 몇 가지 주제가 있다. 그중 하나는 힐송Hillsong 교회의 유명인이 그를 도왔다는 이야기이다. 힐송 교회는 LGBTQ를 매우 강경하게 반대하는 곳이다. 2019년 크리스 프랫이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에 출연해 스티븐 콜베어와 함께 자신의 신앙에 관해 이야기했다. 방송이 나가고 트랜스젠더로 전향해 화제를 모은 엘리엇 페이지는 크리스 프랫이 힐송 교회에 방문한 적이 있다고 말하며 힐송 교회의 LGBTQ 성향을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크리스 프랫은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제가 힐송 교회에 소속되어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누구나 편견 없이 원하는 사람과 사랑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이처럼 발표했는데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크리스 프랫은 이후 벌어지는 논란에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 침묵하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저는 힐송 교회에 가본 적이 없어요. 심지어 그 교회를 다니는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라고 말했고 이렇게 반문했다. “그러면 왜 그때 이 사실을 말하지 못했어요?” 크리스 프랫은 잠시 침묵했다. “글쎄요. 저만 살겠다고 교회를 부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웨스트보로 침례교회라면 말이 다르겠지만요.” 웨스트보로 침례교회는 이단으로 여러 가지 악행과 기행을 떨친 단체이다. 그는 최근에 조 교회Zoe Church에 다녀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조 교회는 저스틴 비버, 헤일리 비버 같은 셀러버리티들이 다녀서 유명해진 교회로 채드 비치Chad Veach 목사가 설립했다. 이 목사는 2017년 동성애를 반대하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크리스 프랫은 이러한 이유로 조 교회에 가는 것이 아니라고 강하게 이야기했다. 실제로 그는 다양한 교회를 다녔다. 라일라가 세례를 받을 시점에 그와 아내는 아내가 어렸을 때 다녔던 산타 모니카의 평범한 가톨릭 교회를 찾았다. 물론 크리스 프랫과 종교와의 관계는 아직 지금까지 정리되지 않았다. 종교는 복잡한 문제이다. 그렇다면 배우 마크 러팔로가 엘리엇 페이지로부터 크리스 프랫을 지켜주기 위해 그를 “있는 그대로의 착실한 사람”이라고 말한 것이 도움이 되었을까?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문과 오해를 받는 이유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단순할 수 있다. 그저 크고 작은 논란을 좋아하고 가십거리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호기심 때문이라면? 만약 트위터에서 크리스 프랫이 업로드하는 성경 구절보다 크리스 파인이 짧은 반바지를 입고 동네 서점을 떠나는 사진을 리트윗하고 크리스 에반스의 부채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것에 더 열광하는 이유라면?나는 인터뷰를 잠시 멈추고 크리스 프랫에게 그의 논란 중 어떤 것도 그의 박스 오피스 흥행과 명성을 깎아내리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트위터는 그저 온라인 커뮤니티일 뿐이라고 알려주었다. “그것이 제가 배운 교훈이에요”라고 크리스 프랫은 말했다. “하지만 제 아들은 아직 그 교훈을 배우지 못했어요. 그래서 아버지의 논란을 가슴 아파하고 있지요.” 그의 괴로움의 근원은 바로 이것이었다.

나의 전부, 나의 가족

“제가 언젠가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나의 아내가 나를 바라보는 것처럼 당신을 바라보는 사람을 찾으세요.’ 그리고 저는 아내에게 ‘난 당신을 사랑해. 나는 당신에게 너무 감사해. 아름답고 건강한 딸을 선물해주었어’라고 말했죠. 그러자 ‘정말 말도 안 된다. 크리스 프랫이 아내에게 건강한 딸을 낳아줘서 고맙다고 말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의 첫 번째 아이는 미숙아로 태어났는데 전처를 무시하는 발언이다!’라는 기사들이 수없이 쏟아졌어요. 그리고 저는 완전히 기분이 상했어요. 제 아들이 언젠가 그 기사를 읽을 테니까요. 그 기사는 디지털이라는 바위에 지울 수 없는 낙서가 생겨버린 것이죠. 정말 짜증났고 그것 때문에 많이 울었어요. 저는 저로 인해 가장 가까운 사람이 상처받는 것이 정말 싫어요.” 그는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웃으며 말했다. “저의 홍보 담당자는 이렇게 말해요. ‘크리스가 입을 열 때마다 식은땀이 납니다. 가슴이 조마조마해요’라고요.” 그는 지금 우리가 나누고 있는 이 대화가 많은 뉴스거리를 만들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비록 나는 지금 그가 보여주는 인간미가 그를 더욱 친근한 배우로 만들어준다고 주장하지만 말이다.
크리스 프랫은 잘못된 사실로부터 기인한 논란과 오해로 인해 그의 자녀가 상처받는 것에 대해 예민했다. 물론 누구나 본인의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뻔한 일이지만 그의 이야기는 가슴속 깊이 와닿아 몇 달 동안 기억났다. 그의 아들은 비디오 게임 ‘어쌔신 크리드’의 주제곡 ‘발할라 콜링Valhalla Calling’에 푹 빠져 있다. 잭이 친구네 가족들과 스키 여행을 갔을 때 친구의 아빠가 크리스 프랫에게 아이들이 차 뒷좌석에 앉아 라디오에 나오는 팝송을 따라 부르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보냈다. 크리스 프랫은 이 아빠에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발할라 콜링’을 자연스럽게 틀어달라고 요청했다. 몇 분 후 그 아빠는 크리스 프랫에게 또 다른 비디오를 보내며 “잭이 ‘우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야!’라며 기뻐했고 따라 부를 정도로 가사를 전부 다 알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크리스 프랫은 “아들은 엄청나게 자랑스러워했고 멋진 경험이었어요”라고 말한다.
크리스 프랫은 불행하게도 아버지와 이런 밀접한 관계를 갖지 못했다. “저는 네드 플랜더스가 아니라 호머 심슨 같은 아빠 밑에서 자랐어요”라며 숲속 벤치에 앉으며 말했다. 둘 다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 나오는 캐릭터로 네드 플랜더스는 상냥한 아빠, 호머 심슨은 다혈질적이면서도 장난기가 심한 캐릭터이다. 아버지 댄 프랫은 알래스카로 이사하기 전 미네소타 금광에서 광부로 일했다. 그리고 크리스 프랫 가족은 워싱턴주에 정착했다. 아버지는 비열한 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버지는 옛날 사람이었어요. 복싱 선수이자 술집에서 경비를 하셨는데 때때로 사람들과 싸우기도 하셨어요.” 크리스 프랫은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했다. “저는 예민한 편이에요.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제 성격을 알았고 그래서 저를 싫어하셨어요. 아니면 싫어하는 척했을 수도 있겠죠. 저에게 세상의 쓴맛을 알려주며 굳은살을 만들어주고 싶으셨을지도요. 어렸을 때부터 저는 자기방어 기제로 유머 감각을 길렀어요. 그래서일까요? 드라마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의 앤디는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만든 캐릭터예요. 상냥하고 똑똑하지만 동시에 멍청한 척 연기하는 사람이지요.”
반면 크리스 프랫의 어머니 캐시는 언제나 애정이 넘쳤다. 그가 어렸을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워 그의 어머니는 슈퍼마켓에서 일했다. 크리스 프랫이 고등학생일 때, 부모님이 집을 잃어서 가족을 데리고 이동식 주택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그는 군대 입대를 고려했다. 당시 그의 친구들이 종종 학비를 벌기 위해 입대하는 경우가 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형은 그가 군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크리스 프랫은 전문대를 다니며 방문 판매업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다 크리스 프랫은 친구를 따라 하와이의 마우이섬으로 이사했고 해변에 세워진 밴에서 살면서 버바 검프 슈림프Bubba Gump Shrimp Co. 레스토랑의 웨이터로 일했다. 이때가 그가 신앙을 가지게 된 시기이다. 하루는 저녁에 친구들과 파티를 하러 가던 중 식료품점 앞에 잠깐 서 있는데 낯선 사람이 그에게 다가오더니 “예수님이 당신과 이야기하라고 말씀하셨어요”라고 말했다. 크리스 프랫은 이전에도 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날따라 무언가 심오한 느낌이 들었고 나 자신을 바꾸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몇 주 후, 크리스 프랫이 일하고 있던 식당에 한 영화감독이 찾아와 혹시 배우냐고 물어봤다. 그렇게 그의 배우로서 인생이 시작되었다.
크리스 프랫은 그 감독의 호러 코미디 장르의 단편 영화 오디션을 보았고 LA로 이주했다. 그는 워너브라더스 드라마 〈에버우드〉 시리즈에서 연기한 뒤 그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드라마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에 출연했다. 이어 영화 〈머니볼〉, 〈제로 다크 서티〉를 거쳐 2014년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주연으로 합류한다. 지금에 와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제임스 건 감독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스타로드 역을 그에게 제안했을 때 매우 불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억 단위의 수익을 올렸다. 크리스 프랫의 느긋한 억양은 ‘아이 엠 그루트’라는 말만 내뱉는 나무와 총을 가지고 경박스럽게 이야기하는 너구리 등 독특한 캐릭터들과 만나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성공 이후 그는 〈쥬라기 월드〉 시리즈, 〈패신저스〉, 〈더 투모로우 워〉 등 굵직굵직한 영화의 타이틀 롤을 맡게 되었고 2019년에는 미국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여동생인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의 손녀이자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딸인 캐서린 슈워제네거와 결혼했다.

노력으로 일군 인생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장인으로 둔 기분은 어떤가? 아널드 슈워제네거 성대모사가 가능한가?” 같은 1980년대생으로서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었다. 크리스 프랫은 웃으며 “전혀요”라고 말했다. 그럼 내가 모르는 아널드 슈워제네거에 대해 알려달라고 이야기하자 그는 “선물로 애정을 표현해요”라고 대답했다. “가격이 비싸거나 럭셔리한 것이 아닌, 굉장히 사려 깊은 선물들이에요. 예를 들면 아기의 사진으로 만든 퀼트 같은 것이지요. 최근에 선물 하나를 주셨는데 독일 오버라머가우에서 만든 나무 조각상이었어요. 앤티크하면서도 흔히 볼 수 없는 디자인이었어요.” 이처럼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사위가 된 크리스 프랫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그가 걸어온 길이 아메리칸드림을 연상케 하는 기적이라 보이겠지만 순간마다 도전과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데이비드 코퍼필드David Copperfield가 트릭에 성공했다고 해서 마법이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것은 아니죠. 아마 무수히 많은 연습을 통해 마법 같은 마술을 선보일 수 있을 거예요. 제 인생처럼요.”
어쩌면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의 커리어를 예정된 기적이라 부른다면 그것은 크리스 프랫의 인생과 노력을 무시하는 말이 될 수 있다.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 팬들은 앤디 드와이어가 그의 밴드 이름인 마우스 래트를 대체할 후보 이름을 반복해서 줄줄 읊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미친 듯이 길고 겉보기에는 의식의 흐름처럼 보이는 30개의 이름에는 이런 대사도 포함되어 있다. “밴드는 지난 몇 년간 여러 가지 이름을 거쳐 왔어. 스리스킨, 포스킨, 저스트 더 팁!” 감독은 그냥 카메라 녹화 버튼을 누르기만 했고 크리스 프랫은 이 모든 대사를 애드리브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해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촬영일로부터 훨씬 이전에 대사를 만들어 암기했다고 한다. 즉흥적인 연기로 보였던 것이 실제로는 계산된 연기였던 셈이다.
크리스 프랫은 영화 〈쥬라기 월드 : 도미니언〉에서도 또다시 해냈다. 제작사는 그의 친근한 이미지를 이용해 주인공 오웬 그래디 역을 맡겼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배우 제프 골드블럼, 로라 던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 등 〈쥬라기 공원〉의 원년 멤버들과 함께 작업했다. 크리스 프랫은 극 중에서 그의 캐릭터 오웬 그래디가 악명 높은 앨런 그랜트 박사를 만났을 때 “저는 당신의 팬이에요! 당신의 책을 읽었어요. 물론 진짜 책을 통해 읽은 것은 아니고 테이프에서 들려오는 것을 들었을 뿐이지만요”라고 말했다. 이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같은 영화에 유머와 부드러운 리듬을 선사했다.
크리스 프랫의 아버지는 그가 이룬 성공을 보지 못했다. 그는 20년간 다발성 경화증과 투병하며 2014년에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다발성 경화증으로 정말 고생하셨어요”라고 말한다. “어떠한 약도 먹지 않으셨어요. 휠체어를 타며 거의 8년을 보내셨지요.” 종종 아들이 나오는 영화나 TV 쇼의 재방송을 보았다고 한다. 만약 그의 아버지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면 뭐라고 하셨을까? 크리스 프랫은 미소를 지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금 웃기면서도 얄밉게 말씀하셨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괜찮았어. 그런데 그 빌어먹을 너구리는 총도 못쓴다는 말이냐?’라고요.”

히어로의 미래

곧 크리스 프랫은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가장 먼저 프라임 비디오사의 심리 스릴러 드라마 〈터미널 리스트〉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가 직접 제작에도 참여하는 이 8부작 드라마에서 그는 40세의 미국 해군 소속의 특수부대 지휘관 제임스 리스 역을 맡는다. 드라마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면 그의 소대원이 사망하고 그 이유를 찾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사망한 이유가 우발적이었을까, 아니면 누군가의 계획이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내용으로 그동안 코믹하면서도 호쾌한 이미지와는 달리 진지하면서도 강인한 남자의 모습을 한껏 보여줄 예정이다. 에디터는 스타로드로 전 세계에 알려진 그를 대중이 군인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했다. 〈터미널 리스트〉의 감독 안톤 후쿠아는 이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고 대답했다. “크리스 프랫은 매우 적격이었어요. 영화 속 브루스 윌리스나 톰 크루즈 같은 배우들을 떠올려보면 대개 위트있고 매력적인 남성들은 무기도 잘 다루니까요.” 맞는 말이다. 3개의 에피소드를 보고 나니, 크리스 프랫이 다부진 몸매는 물론이고, 드라마 속에서 아내와 자녀가 음모에 말려들 때 보여준 감정 표현이 매우 세심하고 인상적이었으니까.
안톤 후쿠아 감독은 크리스 프랫이 제작자이자 감독으로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그의 샘솟는 호기심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아요. 그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아마 그는 지금 인터뷰가 끝나고 집에 가서 책을 읽으며 다양한 공부를 할 거예요. 그리고 당신과 다시 만나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주겠지요.”
〈터미널 리스트〉는 모든 군인을 위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크리스 프랫은 평소에 존경한다고 알려진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면서 국민의 안전과 나라를 생각하는 군인을 연기한다. 나는 이 영화가 그런 점을 제외하고 어떤 점이 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 궁금했다. 제임스 리스라는 주인공은 강인한 체력과 총명으로 나라에서 훈장을 받았지만 정작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족을 지키지 못했으니까.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큰소리로 이야기했다. “가족을 앗아간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어요. 남자 그리고 아버지로서, 언론이나 트위터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정신을 단단히 가다듬을 때가 있거든요.” 그는 말을 멈추더니 이내 덧붙였다. “저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정말 예리하게 관찰하셨네요.”
우리는 오랜 시간 숲길을 걸었고 샌드위치 가게에 도착했다. 크리스 프랫은 햄버거를 포장 주문했고 우리의 대화는 다음 주제로 향했다. 그는 〈터미널 리스트〉에 이어 2023년 슈퍼마리오 영화에서 주연으로 목소리 더빙할 예정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가필드〉와 〈더 투모로우 워2〉의 크랭크 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4~5편의 영화에도 출연을 확정했다. 아마 지금부터 최고로 바쁜 한 해를 보낼 예정이다. “그다음이 무엇이 될지 모르겠어요.” 그는 메뉴를 기다리면서 말했다. 자신에게 10년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말이다. 작품을 고를 선택권이 있는 다른 A급 배우들처럼 그에게도 매일 훌륭한 영화 제작자와 각본이 찾아오고 있다.
“제가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살고 있는지 물어보셨죠? 자의든 타의든 주어진 기회를 바탕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가 고심하고 있는 것은 현재 동년배의 고민과 같다. 이렇게 보면 그도 평범한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다. “저는 예전에 빈털터리였어요. 항상 내가 어디서 왔는지 잊지 말자. 내가 누구인지 잊지 말자고 다짐했죠. 지금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같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크리스 프랫은 “저는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거예요. 모든 축복과 비난을 받아들이면서요”라고 말하며 포장된 샌드위치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